몇 달 남은 친구도 있고 1년 정도 남은 친구들도 있다.
은퇴를 앞둔 입장에서 은퇴는
영광스러운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그냥 실업자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노후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놀고 먹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한다면 실업의 위기는 항상 있는 것이고 몇번 경험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직업이 직장이 안 맞아서 일 것이다.
부부도 살다 도저히 안 맞아 이혼하는 것처럼 직장과 내가 안 맞으면 사표를 던지는데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은퇴는 이혼을 당한 것이고 직장에서 짤린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력했지만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은퇴도 강제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 후 직업을 구하기 위해
노인들이 애를 써보지만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걸 다시 깨달을 뿐이다.
은퇴는 예약된 실업자인 것이다.
아버지의 직장 은퇴를 지켜보아야 했다. 대기업에 다니셨기 때문에 정년까지 갈 수도 없었다. 중도에 자진 사표를 던지게 교묘한 수법으로 낙오자를 만들고 좌천 시켰다. 결국 몇 년을 못 견디고 사표를 던졌다.
그래서 항상 아들인 나에게 직장을 구하지 말고 장사를 하라고 입버릇 처럼 말씀하셨다. 그럼 대학을 보내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을 요즘도 한다.
직장은 성공하는 길이 아니라고 인생을 살아보니 알았다는 것 같았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제일이라고 말씀 하셨다.
돈을 많이 벌려면 정년이 없는 자기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사업의 성공률은 3년 유지가 3%도 안된다는 게 문제라는 걸 생각 안 하신 것 같았다.
결국 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직장 생활을 늦게 시작했다. 그리고 만만치 않은 직장 생활에서 내 적성에 맞는 비영리단체에서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해왔다. 그리고 은퇴를 앞두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에게 내가 던지는 말은 직장은 많아 내가 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라고 말해준다. 왜냐 넌 젊으니까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며 된다 라고 말해준다.
그 말에는 나이든 아빠는 갈 곳이 없구나 하는 소리를 들릴지 모르겠다.
인생은 그렇게 저물어 간다.
요즘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인데 좋을 때도 있지만 삶이 넉넉하지 못한 집의 이야기를 애처롭다. 살다보니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위기를 극복하고 자식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여자의 인생을 잘 그린 드라마다.
옆에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아내는 자꾸 운다. 남자인 나는 눈물이 안 난다. 나도 드라마보고 잘 우는 편인데 말이다. 왜냐면 남자는 힘든 게 당연하게 생각해서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