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으로 산다는 것: 수평과 수직 사이, 고군분투의 기록
부서장으로 일하며 별의별 꼴을 다 본다는 당신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합니다. 수평적 구조라는 이상과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간극들, 그 사이에서 겪는 고뇌와 번민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가만있으니 가만이로 보이나"라는 말처럼, 묵묵히 버텨온 세월이 부서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막내들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잔심부름과 업무 습득이라는 당연한 과정을 힘겨워하고, 때로는 "같은 직원인데 왜 지시하느냐"며 반발하기도 합니다. 이는 수직적 질서에 익숙한 관리자에게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볼멘소리 뒤에는 익숙하지 않은 업무와 쏟아지는 책임감, 그리고 인정받지 못하는 듯한 답답함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나이 많은 막내의 경우, 젊은 세대만큼 빠른 습득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서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단순히 업무를 분장하고 지시하는 것을 넘어, 각 직원의 역량과 상황을 고려한 섬세한 조율이 필요합니다. 막내가 완강히 업무를 거부할 때, 급한 마음에 선임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선임 직원은 "저것이 일을 피해"라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부서장에게도 책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서장 역시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고뇌합니다. 당장의 업무 처리가 급하기에 능력 있는 선임에게 의존하게 되지만, 이는 결국 막내의 성장을 가로막고 조직 전체의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일을 피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는 필요하지만, 그 전에 막내가 왜 업무를 힘들어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부서장의 진정한 역할일 것입니다.
물론 모든 막내가 배우려는 의지 없이 회피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때로는 정말로 과도한 업무에 지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서장은 막내의 어려움을 단순히 개인적인 불만으로 치부하기 전에, 객관적으로 업무량을 평가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능력보다는 아부에 능한 사람이 승진하는 조직 문화입니다. 이는 성실하게 자신의 업무에 매진하는 직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친밀함이나 아첨이 아닌, 실질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고 성장시키는 인사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결론적으로, 부서장은 수평적 구조라는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되,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질서와 책임감을 확립해야 합니다. 막내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업무의 중요성과 협력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성장을 위한 적절한 교육과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동시에, 개인의 감정적인 호소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공정한 업무 분장과 평가를 시행해야 합니다.
핵심은 '사람을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냉소적인 시각보다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팀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부서장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고, 때로는 단호하게 원칙을 제시하며, 때로는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리더십이야말로, 이상적인 수평적 조직과 현실적인 업무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나가는 해답이 될 것입니다. 부서장의 어깨는 무겁지만, 그 리더십이야말로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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